권리금 주고 인수한 시설, 나갈 때 왜 내가 뜯어내야 하나요?
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2026-08-16
조회수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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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주고 인수한 시설,
나갈 때 왜 내가 뜯어내야 하나요?
— 대법원 2023다249661 판결이 다시 그은 원상회복의 경계선 —
Ⅰ. 들어가며 — 권리금 5,000만 원, 청구된 철거비 1억 7,000만 원
1. 부산의 피부관리숍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
부산 동래구의 어느 건물 지하 1층. A는 이곳을 임차해 피부마사지숍을 차렸다. 원래 주점이던 공간DP 상당한 돈을 들여 새롭게 시설을 했다. 얼마 뒤 B가 A에게 권리금 5,000만 원을 주고 그 가게를 인수했고, 건물주와 새로 임대차계약을 맺어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갔다.
몇 해가 지나 건물이 팔렸고, 임대차기간도 만료됐다. 새 건물주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B는 보증금 1억 4,000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새 건물주는 이렇게 맞섰다. “A가 설치한 시설까지 전부 철거하고 나가시오. 철거하지 않으면 보증금 한 푼도 돌려줄 수 없소.”
감정 결과 원상회복비용이 1억 7,192만 원으로 나왔다. 권리금 5,000만 원을 주고 인수한 시설을 치우는 데 1억 7,000만 원이 든다니. 1심인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통째로 취소하고, 임대인에게 보증금에서 연체 차임 2,800만 원만을 공제한 1억 1,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부산고등법원 2025. 10. 2. 선고 2024나56187-1 판결).
2. “인수해서 잘 썼으니 치우고 나가라”는 요구, 과연 당연한가
이런 갈등은 결코 드물지 않다. 상가 임대차의 상당수는 전 임차인으로부터 시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새로 설치하느니 쓰던 걸 물려받는 편이 싸고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나갈 때가 되면 임대인은 묻는다. “당신이 그 시설의 주인 아니었소?”
일반의 감각으로도, 실무의 관행으로도 “권리금 주고 인수했으면 철거도 당신 몫”이라는 논리는 오랫동안 꽤 그럴듯하게 통용돼 왔다. 심지어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러했다.
3. 이 글이 답하려는 하나의 질문
임차인이 원상회복해야 할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내가 들어왔을 때의 상태인가, 아니면 이 공간이 처음 비어 있던 그때의 상태인가.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9661 판결은 이 물음에 대해 오래 흐트러져 있던 기준선을 다시 또렷하게 그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판결의 무게를 알아본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Ⅱ. 출발점 — 원상회복의 기준은 ‘임차 당시의 상태’
1. 민법이 정한 원상회복의무의 본질
민법 제654조는 임대차에 제615조를 준용한다. 임차인은 목적물을 반환할 때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해야 한다. 여기서 ‘원상’이란 무엇인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 임차인이 빌렸을 때의 상태다.
원상회복의무는 임차인이 목적물의 현상을 변경했기 때문에 생기는 의무다. 내가 뚫은 벽은 내가 메우면 되고, 앞사람이 뚫어놓은 벽까지 메울 이유는 없다. 원상회복의무는 자기가 만든 변화에 대한 책임이지, 그 공간의 역사 전체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2. 1990년에 이미 정해진 원칙 — 대법원 90다카12035 판결
이 원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주시의 한 건물에서 A가 캬바레를 운영하다 나가고, B가 이어받아 내부시설을 대폭 개조해 다른 상호로 캬바레 영업한 사안에서 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은 이렇게 판시했다.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자신이 개조한 범위 내에서 원상회복을 하여 ‘임차 받았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고, 임차인 이전의 사람이 시설한 것까지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36년 전에 이미 정리된 법리다. 문제는 이 원칙이 그 뒤로 자꾸 흔들렸다는 데 있다.
3. ‘통상의 손모’는 원상회복의 대상이 아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이 있다.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낡음—바닥의 마모, 벽지의 변색, 설비의 노후—까지 회복할 의무는 없다. 의정부지방법원 2023. 12. 5. 선고 2023나210183 판결은 “임차물을 통상의 용도로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로 복구하여 반환”하면 족하며, 통상적인 사용에 따라 자연적으로 발생한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까지 회복시킬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른바 통상손모 비공제 원칙이다.
4. 원상회복은 ‘신축 상태로의 복원’이 아니다
정리하면 원상회복의무에는 두 개의 한계선이 있다. 시간적 한계(내가 들어온 시점)와 내용적 한계(내가 변경한 부분, 통상손모 제외)다. 이 두 선을 넘어서는 요구는 민법이 정한 의무를 가중하는 것이고, 가중은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
Ⅲ. 오해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 커피전문점 판결의 오독(誤讀)
1. 대법원 2017다268142 판결, 근거는 ‘영업양수’가 아니라 ‘약정’이었다
서울 구로구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사건. B는 A로부터 커피전문점 영업을 양수하고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임대차가 끝났는데 B가 시설을 철거하지 않자 건물주가 1,700만 원을 들여 철거하고 보증금에서 공제했다.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은 그 공제가 정당하다고 봤다. A가 설치한 시설까지 B가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널리 알려지면서, “영업을 양수하면 원상회복의무도 따라온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는 판결을 절반만 읽은 것이다.
2. 계약서에 있었던 결정적 한 문장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는 이런 약정이 있었다.
“임대차계약 종료 시 B는 점포에 설치된 B 소유의 ○○ 커피숍 인테리어 시설과 장비를 반출하여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다.”
‘B 소유의’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A가 설치한 시설이 영업양수를 통해 B의 소유가 되었음을 전제하고, 그 시설을 B가 반출하기로 명시적으로 약정한 것이다. 대법원이 원상회복의무의 승계를 인정한 근거는 영업양수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소유권 귀속과 명시적 약정의 결합이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B가 90다카12035 판결을 원용했을 때 대법원은 “사안이 다르다”며 배척했는데, 그 ‘다름’의 핵심이 바로 이 약정의 유무였다.
3. 권리금만으로 승계를 인정한 이례적 판결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23. 선고 2016가소7061507 판결은 강남의 마사지숍 사건에서, B가 A에게 권리금 3,000만 원을 주고 칸막이 등을 인수해 그대로 사용했다면 A의 철거의무까지 인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승계 약정이 있었는지는 따지지 않은 채 권리금 수수만으로 의무 승계를 인정한 것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판단이다. 그럼에도 이 판결은 이후 여러 사건에서 임대인 측 논거로 반복 인용됐다.
4. 권리금계약과 임대차계약은 별개의 계약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원상회복의무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상 의무다. 그런데 권리금계약은 전 임차인과 새 임차인 사이의 계약이고, 임대인은 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다.
서울고등법원 2024. 9. 27. 선고 2023나2058450·2058467 판결은 이 점을 명쾌히 짚었다. 권리금계약과 임대차계약이 밀접히 관련돼 있더라도 별개의 계약이며, 권리금계약에 양도인의 임대인에 대한 원상회복의무 승계까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임대인이 당사자도 아닌 권리금계약 때문에 임차인의 원상회복 범위가 확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계약이 나의 의무 범위를 늘린다면, 그것은 계약법의 기본 법리에 반하는 것이다.
Ⅳ. 전환점 — 대법원 2023다249661 판결
1. 사안: 여주의 개 사육 농장, 세 사람의 임차인
경기 여주시 흥천면의 밭 2,099㎡. 소유자 甲은 이 땅을 A(양계업), B(개 사육장)에게 차례로 임대했다. 땅 위에는 A가 지은 102㎡ 가건물(주택)과 B가 설치한 대규모 개사육용 철창이 있다.
C는 2008년경 B에게 3,000만 원을 주고 개 사육 농장을 인수했고(영업양수), 2009년 甲으로부터 그 토지를 보증금 없이 차임 연 170만 원에 임차했다. 계약서에는 이런 특약이 있었다. “계약 만료 시 땅을 원상복구할 것.”
기간이 만료되자 甲은 C에게 가건물과 철창을 모두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고 청구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甲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계약 체결 당시 이미 그 구조물들이 존재함을 인식한 상태에서 위 특약을 추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2.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9661 판결은 철거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특약사항의 기재만으로는 임차목적물이 아닌 부분까지 원상회복 대상으로 약정했다고 보기 어렵고, C는 임대 당시와 비교해 현상이 변경된 부분에 한하여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환송 후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24. 6. 12. 선고 2023나98044 판결)은 철거청구를 기각했고, 그대로 확정됐다.
3. 판시의 핵심 —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판결이 제시한 법리는 다음과 같다.
임대 당시 이미 임차목적물에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가건물 기타 공작물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그가 임차하였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고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부분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
위 특별한 사정의 인정은 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임차인에 의한 현상 변경 유무 등을 심리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4. 무엇이 달라졌는가 — 원칙과 예외의 자리바꿈
문장만 놓고 보면 90다카12035 판결의 재확인처럼 읽힌다. 그러나 실질은 다르다.
2017다268142 판결 이후 실무에서는 “영업양수·권리금 수수·시설인수가 있으면 승계, 없으면 비승계”라는 이원적 기준이 형성됐다. 원상회복의무의 승계와 비승계가 대등한 두 갈래로 놓였고, 어느 쪽이 원칙인지가 모호해졌다.
2023다249661 판결은 기준을 다시 세웠다. 비승계가 원칙이고, 승계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된 예외다. 그리고 그 특별한 사정의 판단 요소로 제시된 것은 ‘체결 경위와 내용’, ‘목적물의 상태’, ‘현상 변경 유무’—모두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 관계에 관한 요소들이다. 전 임차인과의 권리금계약이나 영업양수는 목록에 없다.
특별한 사정의 존재는 예외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 즉 이 판결은 증명책임의 소재까지 함께 정한 것이다. 이 점이야말로 실무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다수의 하급심 판례들이 ‘특별한 사정’으로서 새 임차인과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핵심적인 이유로 승계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임대차계약에 A의 원상회복의무를 B가 승계하여 부담한다는 약정이나 합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B의 승계를 인정하고 있다.
5. 토지 임대차 판결이라는 오해
이 판결은 하급심에서 널리 인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안이 토지 임대차에 관한 것이라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2023나2058450 판결도, 성남의 장어음식점 사건 제1심도 90다카12035와 2017다268142만 인용했다.
그러나 판결이 법리는 민법 제654조·제615조에 관한 일반적인 해석론이다. 토지 위의 가건물이든 상가 안의 인테리어든, “종전 임차인이 설치한 것을 현 임차인이 철거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의 구조는 동일하다. 부산고등법원 2024나56187-1 판결이 이 법리를 건물 임대차에 정면으로 적용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선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지방법원 2026. 7. 10. 선고 2025나60764 판결의 항소심도 같은 태도를 취했다.
Ⅴ. ‘특별한 사정’의 정체 —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1. 인정 유형 ① — 전 임차인의 시설을 특정한 명시적 약정
수원지방법원 2024. 10. 17. 선고 2023나80388 판결(대법원 2024다303944로 상고기각 확정)의 특약사항은 이러했다.
“기존 및 현 시설물 상태에서의 임대이며, 전 임차인으로부터 인수인계한 인테리어는 현 임차인이 임차 만료 시 기본 상태로 원상복구하기로 한다.”
‘전 임차인으로부터 인수인계한 인테리어’라고 대상을 특정했고, ‘기본 상태로’라고 기준시를 명시했다. 이 정도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 2017다268142 판결의 ‘B 소유의 ○○ 커피숍 인테리어 시설과 장비’ 역시 같은 유형이다.
2. 인정 유형 ② — 임차인 지위의 포괄적 승계
임대인·전 임차인·새 임차인 삼면계약으로 임대차계약상 지위가 포괄적으로 이전된 경우(계약인수)라면, 원상회복의무도 함께 이전된다. 이때는 계약상 지위 자체가 옮겨간 것이므로 논리적으로 당연한 결론이다. 다만 실무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전 임차인이 나가고 새 임차인이 임대인과 새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은 계약인수가 아니다. 부산고등법원 2024나56187-1 판결도 “B와 甲의 임대차계약은 새롭게 체결된 것으로, B가 A의 임차인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3. 인정되지 않는 문구들
반대로 다음 문구들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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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문구 |
법원의 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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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설물 상태에서 임대차한다” |
오히려 현존 시설을 전제로 계약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의정부지법 2020가단136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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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만료 시 땅을 원상복구할 것” |
임차목적물이 아닌 부분까지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23다2496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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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건물을 원상복구하여 명도한다” |
가중된 의무를 부과하려면 문언상 의미가 분명해야 하는데 불분명하다 (부산고법 2024나5618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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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당시 상태로 원상복구를 원칙으로 한다” |
‘입주 당시’는 그 임차인의 입주 시점이지, 전 임차인 입주 시점이 아니다 (서울고법 2023나2058450) |
4. 가중된 의무는 문언상 분명해야 한다
부산고등법원 2024나56187-1 판결의 다음 설시는 이 문제의 해석 준칙을 다음과 같이 압축적으로 판시하였다.
B에게 A가 설치한 시설물까지 모두 철거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으로 해석하려면 민법이 정한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보다 가중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문언상 그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법정 의무를 넘어서는 부담을 지우려면 그에 걸맞은 명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개 계약서를 준비하는 쪽이 임대인임을 고려하면, 이는 작성자 불이익 해석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5. 견해가 갈리는 지점 — ‘제도적 형평론’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7. 5. 선고 2023나33826 판결(독서실 사건)은 다른 접근을 취했다. 독서실 시설은 임차인들 사이에서 권리금과 함께 양도·양수되는 것이고 다른 용도로는 불필요해 철거될 수밖에 없는데, 임차인 간에 원상회복의무가 승계되지 않으면 그 부담을 온전히 임대인이 지게 된다는 ‘제도적 측면’을 들어 승계를 인정한 것이다.
경청할 만한 문제의식이다. 다만 이 논리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자의 사정을 근거로 계약상 의무를 창설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임대인이 철거 부담을 지고 싶지 않다면 계약서에 그렇게 쓰면 된다. 계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형평의 이름으로 해석에 맡길 이유는 크지 않다. 실제로 이 판결도 승계는 인정했지만 비용 액수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Ⅵ. 실질적 승부처 — 증명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1. 원상회복청구권의 성립요건은 임대인의 증명사항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8330 판결에 따르면, 원상회복청구권 내지 그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에 관한 사실은 임대인이 주장·증명해야 한다. 반대로 그 채권이 변제 등으로 소멸했다는 점은 임차인의 몫이다.
2. 부산고법 2024나56187-1 —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합의”
부산고등법원은 이렇게 판시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 임차인이 설치한 부분까지 포함하는 원상회복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를 증명할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
그리고 그런 합의가 있었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1억 7,192만 원의 원상회복비용을 부담할 것을 예정하면서도 5,000만 원의 권리금까지 지급했다고 보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경험칙에 기한 판단을 덧붙였다. 권리금과 철거비용의 현저한 불균형은 그 자체로 승계 의사를 부정하는 정황이라는 것이다.
3. 전주지법 2025가단357 — 임대인이 증명해야 할 세 가지
전주지방법원 2026. 2. 25. 선고 2025가단357 판결은 대법원 2023다249661 판결을 기초로 임대인의 증명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1. 임차인이 임대차 개시 이후에 비로소 그 시설물을 실제로 설치했다는 점
2. 현재도 그 시설물이 설치된 상태로 현존한다는 점
3. 그 철거에 주장하는 금액 상당이 소요된다는 점
임대인이 제출한 것은 촬영 시점을 특정할 수 없는 사진과 견적서뿐이었고, 4,178만 원의 청구는 전부 기각됐다.
4. 견적서 한 장으로는 부족하다
액수의 증명도 만만치 않다. 독서실 사건에서 임대인은 세부 공사내역이 없는 견적서만 제출했다가 배척됐다. 서울고등법원 2023나2058450/2058467 고시원 사건에서는 감정기관이 1991년 최초 건축허가 도면을 기준으로 2억 2,644만 원을 산출했는데, 법원은 그것이 임차인이 들어온 시점의 상태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님을 지적했다. 같은 감정인은 “그 임차인이 임차받았을 당시 상태로 반환한다고 가정하면 원상회복비용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까지 냈다.
기준시를 잘못 잡은 감정은 아무리 정교해도 무용하다.
5. 증명책임의 배분이 곧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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